경상남도남해안
누구랑 = 나홀로 떠나는 여행
어디로 = 창원 → 하동
직장생활 30여년만에 가져보는 명령휴가15일.
명휴. 휴업. 경기 불황에 따른 재고누적으로 조업을 일시중단 하는것이다.
젤 먼저 걱정되는것이 이시간 무엇을 할 것인가였다.
9월 중순부터 쉬고 있는 스쿼시를 열심히 해볼까?
지리산 종주? 덕유산 종주? 차라리 입산수도를 할까?
자동차로 전국 일주 여행을 해볼까?
자전차로 남해안 일주 여행을 해볼까?...많은 생각을 거듭하여 자전차 여행을 해보기로 한다.
언제 갈 것인가?
누구랑 갈 것인가?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비상사태 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일 토요일은 예정된 모임이 있어서 출발하기 힘들다.
21일 일요일이어서 그렇고~
22일은 1박2일 욕지도 정기 라이딩이어서 피하고 싶고~
다녀오면 하루쯤 휴식을 해야 할 것같고~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27일 28일은 결혼식 참석을 해야 하고~바쁜 일정 때문에 틈이 생기지 않는다.
어찌해야하나? 날씨가 도와 주어야 하는데 날씨도 걱정이네? 고기압의 영향으로 월요일부터 춥단다.
동호회 게시판에 동행인을 찾아보고,코스를 그려보고, 준비물을 기록해 보고,
비용을 산출해 보지만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5박6일 선뜻 따라나서기가 힘겨웠나보다. 너무 먼거리를 잡아서 불안했을까?
"MTB회장님! 집합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홀로 출발한 줄 아세요~"
모두들 걱정이 앞서나 보다~먼거리~긴 시간~위험부담~
아마도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하지는 않을까?
젊은 님들께서는 내년에도 가능하겠지만~난 내년의 체력을 내가 가늠할 수가 없다!
지금 이 체력으로 떠나지 않으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나는 가야한다!!
그래 가자!!
정기 라이딩을 빼먹고 가자!!
2008년 12일 22일 월요일 맑음
한번도 가보지 않은 자전차 여행을 떠난다. 오전8시15분 창원 종합운동장.
준비물은 아주 간단하다.
허리 주머니에 돈 조금. 오리털 얇은 파카. 기모 통바지. Q5 헤드라이트 2개.
후미등 건전지. 펑크패지. 펌프...구급약품 약간~
봉암로를 지날때부터 바람이 앞길을 가로 막는다. 쎄다~
밤밭고개는 위험한 고개다. 차량 통행이 젤 많은곳. 오르막이 심한곳. 길어깨가 없는곳.
인도와 차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고개를 넘는다.
마창대교로 진입하는 교차로는 자동차 전용도로 일까? 무시하고 달려 볼까?
아니야 내서에 오는 차와 간섭이 생기니깐 밑으로 빠져서 가면
지나가는 차도 작은 만큼 안전하다 생각하고 오른쪽으로 붙어서 빠져 내려간다.
동전터널
어두운 터널을 차들이 자전차를 피하며 운전해주어 고맙다.
뒤 따라오는 차들의 감속이 뒷꼭지에 느껴질 때 손들어 흔들어 감사의 표시를 한다.
속도계에 이상한 표시가 자꾸만 깜빡거린다.
축전지 교체하라는 신호인가 보다? 자꾸만 깜빡 거린다.
진전면 신기리 버스 정류장에서 물한모금 마신다.
속도 기록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만지작 거리다 지워 버렸다.
오전 10시 10분 31.46Km를 달려 왔구나.
임곡 교차로에서 4차선 국도로 올릴까 하다가, 양촌리 온천동네 옛길로 들어간다.
차량 통행이 작고 한적하기 때문이지만, 결국은 돌고 돌아서 발산고개 밑에서 4차선으로 올라야 한다.
발산 고갯마루.
바람에 자전차가 휘청거린다.
내리막에서 이렇게 헤메면 이번 여행은? 거의 주금이겠다? 돌아 갈까? 아니다 해보자!
힘을 내어 페달질을 해본다. 4차선 도로가 깨끗하다.
길어깨에 깔린 유리조각들이 햇빛에 반짝거리지만 나에는 지뢰로만 보인다.
진성터널.
터널에서는 차량이 진입하면 터널이 울림통이 되어서 매우 가깝게 들린다.
동전터널을 진입할 때는 무서웠는데. 이곳은 그나마 편한 소리로 들린다.
문산 가기전 오르막길.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매시간마다 정기적인 휴식을 하라고 했는데.
물 한모금 마시고 내내 달리기만 한다.
휴식을 하고 싶다. 오르막이다.
끌자~ 끌고 가는 자전차.
휴식과 스트레칭을 겸하여 끌자..
여행 준비물에서 지도는 없다.
운전으로 장거리를 다녀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길눈이 밝은 편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코스는 지리산 산짐승 시절 여러번 다닌 길이라서 다 아는 길이다.
출발전 상세 여행지도를 두어번 읽어 보았다.
진주 시내에 들면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적당한 밥집이 나타나지 않는다.
배는 고프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이러다 굶은체 하동까지 가야하나? 남강 강변로를 지나면서 흐름한 식당을 찾았으나...
"우리집은 공사장 함밭집 입니다. 공사장 작업자들 단체 식사만 합니다"
어이쿠!
300M 전방 우회전 하동. 이정표가 보인다.
진주시 나동인가 보다.
정말 밥먹기 틀렸나 보다 생각하고 달리는데 저멀리 보이는 또 다른 간판 하나...
[ 손 짜 장 ]
반갑고 반갑도다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얼굴에 화색이 돈다.
따뜻한 방에 들어가 언 발이라도 녹여야 겠다.
아침 날씨가 영하4도
맞바람까지 더하면 체감온도는 영하10도는 되는 느낌이다.
남쪽 날씨를 우습게 생각하여 발 덮게를 준비하지 않았고,
비상용으로 발바닥 난로를 옥씨네 집에서 구매하였다.
동전고개 넘어면서부터 시린 발을 꼼지락거리며 이제나 저제나 날씨가 풀릴까 하다
진주까지 달렸다.
미리 발다닥에 난로를 붙였으면 더 편했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날씨가 얼마나 더 추울까? 이겨보자는 생각도 한다.
"뭣을 드릴까요?"
"짬뽕밥을 주세요"
오랜만에 보는 짬뽕밥이다.
붉은 국물이 많은 해물잡탕과 밥 한 공기.
사실 난 국물은 안 먹는다. 한 10여년 되었을까?
국물에 녹아 있는 나트륨 성분이 성인병의 원인이란 설명을 듣고부터다.
가능하면 싱겁게~ 가능하면 국물 없이~
이 추위에 찾고 찾은 밥집이 자장집이고, 주문한 음식이 짬뽕밥이니 감사 할 따름이다.
배를 든든하게 체우고, 발가락도 주물러 피로를 풀어주고, 커피까지 한잔하고 출발한다.
여기도 4차선 국도다. 곤명까지~
곤명 이후부터 다시 2차선
한적하다.
들판이 갈대밭도 아닌것이~ 메밀밭도 아닌것이~ 나락논도 아닌것이 어지럽다.
이곳은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코스모스 축제로 돈 많이 벌었다는 곳이다.
북천 고개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무섭다.
진주 들판에서 불어 오는 사람에 종일 시달렸다.
자전차 뒤에 타이어 하나 끌고 달리는 훈련을 평소에도 해야 할까보다.
북천고개 넘어면 양보...
조금더 가면 하동이겠지?
가자가자 끌자~
오름길이 멀기만 하다
고개 넘어 활강을 한다.
횡천에 다다르니 중학생 또래들이 나를 보자 화이팅을 외쳐준다.
그래~ 고맙다.
하동에 도착하여 마트부터 찾는다.
내일 아침거리를 준비 하련다.
시골에서 아침을 먹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보이는것이 고깃집이요. 가든이다.
읍내 하나로마트를 찾아서 먹거리를 사야 하는데 자전차를 밖에 두기가 내키지 않는다.
계산원에게 부탁하여 자전차를 계산대 앞까지 끌고 들어가 잠근다.
계산원이 선뜻 자전차를 들여 놓으란다.
"감사 합니다."
몇가지 계산을 끝내고 작은 베낭에 우겨넣고 식당을 찾아 가는데 오후 4시가 넘는다.
겨우 식당을 찾아서 삼계탕을 먹고 나서니 어둡다.
서둘러 방을 잡았다.
[ 수 빈 각 ]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께 자전차를 방으로 가져 가겠다 하니.
비싸게 보이는 자전차를 알아보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단다.
방이 너무 따뜻하고 넓다.
5명이 자전차와 함께 자도 되겠다.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고 휴식을 가진다.
주행거리 = 128Km
주행시간 = 7' 45"
지출금액 = 52.320원 (점심=5.000원. 저녁=8.000원. 아침거리=14.320원. 방=25.000원)
창원-마산-밤밭고개-진전삼거리-진주-하동
이야~자전차로 128Km를 달렸네? 이 먼 길을 달려온 자신이 대단하다.
오늘은 사진을 한장도 촬영하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카메라를 주머니에서 꺼내는것 조차도 귀찮고 시간을 필요로 했다.
맞바람에 예상시간보다 많이 소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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